우당탕탕 결혼식 후기(Feat.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2020년 9월)

2020년 9월,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어요. 

 

결혼식 이야기 뭐 굳이 블로그에 쓸 일인가 싶겠지만,

저희 결혼식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속에 진행한 '역사적 결혼식'이라 웃지 못할 이 추억(?)에 대해 꼭 기록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그럴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상황을 맞이할 아름다운 신랑신부님들에게 이 포스팅이 작은 위로와 약소한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19일(수)> - 결혼식 약 2주 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가장 멘붕이었던 점은 결혼식장 입장 가능 인원이 총 49명으로 말도 안 되게 줄어버린 것이죠. 

 

제가 웨딩홀과 계약한 보증인원은 400명.

청첩장은 1,000장을 찍었고..

예상 하객은 800명이었습니다. 

 

8월 18일까지는 넘치는 손님을 다 어떻게 모실지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49명을 어떻게 추릴지,

이 상황에서 결혼식을 치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치른다면 49명을 도대체 어떻게 추릴지 골치아픈 일이 한 두가지 아니었습니다. 

 

 

 

<8.30일(일)> - 결혼식 6일 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준 3단계에 해당하는 거리두기로, 아래와 같은 제한이 있었죠. 

 

 -50인 초과 단체 모임 금지. 어겼는데 확진자 발생 시 300만원 벌금 땅땅! 

 -음식점은 9시 이후 영업 금지. 배달만 가능.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

 

뭐... 전쟁은 안 났지만, 전시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우리 결혼을 막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인가? 

하늘이 도울 때 다시 생각해보라는 주변 사람들의 농담 반 진담 반 ... 듣기도 싫었어요 ^^ 망알

 

 

결론적으로, 결혼식은 예정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속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저지했든 '그 때 결혼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격동의 2주 동안 제가 준비했던
2.5단계 대응 내용입니다. 

 

 

1. [웨딩홀과의 보증인원 조정]

저희는 삼성역 그랜드힐컨벤션에서 식을 치렀습니다.

3층 630명 수용 가능한 가장 큰 홀을 대관했고,
최소 보증인원은 400명 이었습니다. 

 

2단계 격상 직후에는 웨딩홀과의 연락이 거의 어려웠습니다.

겨우 전화 연결이 되었을 때 들을 수 있었던 답변은

'9월은 2단계 명령에 해당하는 기간이 아니므로, 기존 400명 보증인원을 유지한다' 였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9월 첫주는 8월 31일과 5일 차이뿐않인데 말이죠.

계속 전화했고, 같은 시기 예식을 앞둔 분들이 모여있는 채팅방에 참여하여 고민을 함께 나눴습니다.

보증인원 하향 조정, 예식 연기 및 취소에 대한 패널티 최소화 등에 대해 공동성명서까지 제출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공동성명서는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의 압박은 준 것 같습니다.

***

그나마 결혼식장에서 협의한(사실상 통보받은) 내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보증인원 30% 하향 조정 : 하향 후 280명 😭

 -답례품 3가지로 다양화 : 와인 /상계명차 /바디세트

 -예식 연기 시 일부 선납 후 위약금 없이 진행

 -예식 당일 비어있는 홀을 최대한 활용하여 추가 손님을 모실 수 있을 것

 

 

 **번외 이야기 **

결혼식장에서 보증인원 50% 하향해주겠다고 하면서,

결혼식장에 관한 모든 내용을 온라인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요구했습니다.

많은 갈등이 있었으니 향후 웨딩홀 이미지에 부정적일까봐 걱정을 한거겠죠.

저는 확약서의 내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서명하지 않고 30% 조정으로 최종진행했습니다.

웨딩홀 입장에서 50% 조정이 가능한 재정상황이라면, 코로나로 힘든 신랑신부들을 위해 조건 없이 모두 50%를 적용해주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 시국에.!!!!!!

오히려 이 점을 이용하는 예식장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요. 같은 경험 있으신 분 있으면 같이 얘기해요..

 

혹시 이런 제안을 받는 분이 계시다면 확약서는 꼭 거절하시고, 당당하게 50%이상 조정을 요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49명의 손님 선별하기]

49명 인원수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신랑, 신부, 결혼식장 스탭, 식사하지 않는 사진기사/연주자' 입니다.

이상하게 양가 부모님 4명은 또 49명 인원에 포함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49명에서 양가 부모님 4명을 제외한 45명을 남편과 제가 22명 23명으로 나누어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께서 저희 친구들 위주로 식장을 채우라고 양보해주셨습니다.

 

사진처럼 10명이 정원인 테이블에 3명이 앉을 수 있었습니다.  거 참.. 테이블 면적이 아깝더군요 ㅋㅋㅋ

 

저는 부케받을 친구, 축사해줄 친구를 포함해서 

중/고/대학교 친구들과 회사 친구들 일부를 나눠서 2~3명씩 리스트를 작성해서 밥 먹고 가라고 연락 돌린 다음 최종 인원을 확정했습니다. 

 

교육/의료계 등 특히 조심해야하는 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은 초대하는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운만 띄우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긴 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도 자리에 와서 식사까지 하는 친구들에게 고마워서, 결혼식 전날 소소한 손편지들도 사진과 같이 준비했어요. 

10명쯤 썼을때 후회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ㅋㅋㅋ 그래도 친구들이 좋아하더군요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웨딩홀 좌석 배치도

 

 

 

 

 

 

 

 

 

 

 

 

 

 

 

3. [안내문 작성하기]

다음으로 부모님용, 신랑신부 지인용 안내문을 각각 작성했습니다. 

 

안내문 내용은 아래를 참고해주시고,

필요하신 분들은 활용해주세요~

 

 

 

 

 

 

 

 

 

 

 

4. [답례품 준비하기] 

보증인원 280명 중, 49명 식사를 제외한 약 231명에 대한 답례품으로

15,000원짜리 와인을 제안받았습니다.

저희가 계약한 식대는 5만원대였습니다.

 

제안 받은 와인 품명을 와인 가격 서칭 앱으로 유명한 vivino에 검색해봐도 안 나오더군요.

해외 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가격이 15,000원 짜리..
계약한 식대의 30%도 안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짜증..

 

이런 와인을 대접한다면

어려운 시기에 방문해주시는 손님들께 너무 죄송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답례품 와인은 3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것으로 다시 준비했고,

예식장에는 그나마 가격대가 높아보이는 차 세트와 바디세트로 울며겨자먹기 주문했습니다. 

 

저희가 따로 준비한 결혼식 답례품 와인 '르 꼬르틴 그랑 리저브(Le Courtines Grande Reserve).

기분 나쁘지 않게 약간의 단 맛이 나는 프랑스 와인이었습니다.

신라호텔에서도 많이 쓰인다고 하더군요.  

결혼식 끝나고 손님들이 물어볼 정도로
반응이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 

 

 

 

 

 

 

 

 

 

 

5. [유튜브 생방송 준비하기]

아쉬워 하는 분들을 위해 일주일만에 유튜브 생방송을 준비해봤습니다.

라이브 방송은 보기만 해 본 사람이라 ㅋㅋ 

지인의 힘을 빌어 웨딩홀에서 촬영하는 영상을

그대로 유투브에 송출해줄 수 있는 '송출 담당자'를 섭외했습니다. (모바일로 라이브 진행하려면 구독자가 1천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더군요 ㅠㅠ)

 

위 1~4번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빴던 상황이라, 웨딩홀 카메라 상태 체크를 너무 늦게 했어요. 

예식 당일에 보니 카메라는 고정식 CCTV 형태로 굉장히 멀리서 촬영되더군요.

 

이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다시 하게 된다면 웨딩 전문 라이브방송 업체를 찾아서 진행할래요

 

그래도 멀리서나마 예식장 분위기를 보고, 

따로 송출된 또랑또랑한 음향으로 저희 결혼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가서 몇번씩 그 영상 재생하면서 깔깔거리는 재미도 있었어요. 

(정식 업체에서 해 주는건 편집시간이 오래걸려서 아직도 못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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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속에서 진행한 결혼식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아래는 그 과정에서 느낀점을 토대로 적은 주의사항? 이에요. 

 

 

 

 

‼️‼️[코로나 속 결혼식으로 배운 점 ]‼️‼️

 

1.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보증인원은 200 이하로
2. 웨딩홀 계약 전에 꼭 코로나 대응에 대해 자세히 문의하고, 확답을 받아두세요. 

     

     코로나 종식 이전까지는 아무도 저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거란 장담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웨딩홀 계약 시 보증인원은 최소로 진행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2.5단계 별로 대응 현황을 서면으로 받아두시길 추천드립니다.

     만약 서면 제공이 어렵다고 하는 업체가 있다면

한 번 더 계약을 고려해보시고, 녹취 등을 통해서도 꼭 증거를 마련해두셨음 해요.  

웨딩홀별 대응 상황 정리된 것을 보니,

보증인원을 49명까지 줄여주는 곳도 많고, 100명까지는 기본적으로 많이 줄여줍니다.

그렇지 않은 업체는 가급적 계약하지 마세요.

 

 

 

2. 계약 조건이 조금이라도 부당하고 불투명한 웨딩홀과는 손절하세요.

 

   계약 전 3군데의 웨딩홀을 방문했는데, 

    최종 계약한 그랜드힐컨벤션만 유일하게 할인 제공을 조건으로 계약 조건에 대한 외부 누설을 금지했습니다. 

    게다가 ""어떤 일이 있어도 취소 불가하다는 자필 서명""을 요구했습니다. 

    (왜.. 그런 자필서명을 하고 계약했지??)

 

    왜 그렇게 비밀로 하는지.. 다 이유가 있어요.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의 약점을 이용하고 '내가 싸게 했구나' 라는 느낌만 들게 하는 겁니다. 

    계약하신 분들과 채팅방에서 느낀점은.. 결국 가격은 다 똑같다는거였습니다 ^^;

    

    프린트된 계약조건 외 자필서명을 요구한다면 웬만하면 응하지 마시고, 계약을 한 번 더 고려해보셔요. 

 

 

3. 유튜브 라이브 진행 시 웨딩홀 카메라 사전에 꼭 체크! 

 

 -모바일 라이브 또는 별도 카메라 촬영 후 생방송 진행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가장 베스트입니다. 

    하지만 별도 섭외하지 못하셨을 경우, 웨딩홀 카메라 방향 등을 최대한 미리 확인하시고

    예식 진행하면서 카메라도 몇 번 쳐다봐주시고.. 온라인 하객들도 잘 대우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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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서로의 새로운 모습도 알 수 있게 되었고 참 고맙고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 남편에게 한 번 더 반하게 된 것 같아요 흐흐흐 

그래서 결혼식 끝나고 제주도 신혼여행 갔을 때 태풍이 몰아쳤어도 아무렇지도 않았답니다 ^^

우리는.. 강해졌어요. ㅋㅋㅋ 

 

 

코로나도 막지 못한 우리의 사랑..

앞으로 우당탕탕 진행한 결혼식에 대한 추억도 돌아보고, 욕심 많은 부부로서의 투자 이야기, 탕진잼 이야기 등을 소소하게 적어가면서, 나눌 수 있는 정보들을 이 블로그에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교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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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이후 11월에 다녀온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결혼식 참석 후기 포스팅도 참고해주세요 :) 

honest-penguin.tistory.com/25?category=946194

양재 엘타워 코로나 거리두기 2단계 결혼식 다녀왔어요.